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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엽서

 

단비내리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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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민지 작성일 2009-04-28 21:18 조회 2,922회 댓글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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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단비내리던 날, 무무하우스를 찾아갔습니다.
책에서 우연히 알게되어 너무도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기에,
친구들을 제 손으로 이끌고 찾아갔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며 맞던 비는 유난히 차가웠고,
흔들리는 버스에서 친구들과 오가던 이야기도 유난히 즐거웠습니다.
서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시골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던 온수리.
택시를 타고, 무무하우스로 향했습니다.

02. 무무하우스로 들어가는 초입길에서는,
간판 하나에도, 버스 정류장에서도 무무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게 해 놓으셨어요.
그래서 더욱 저 조차도 감성적으로 변할 수 있었던 곳이었던 것 같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오드아이의 개에서도,
파릇했던 잔디, 작게 고인 물웅덩이, 어느 것 하나 운치 없던게 없었는데,
룸에 들어선 순간 모두들 우와- 하고 말았습니다.

03. 저희가 묶었던 방은 화이트, 카키 두개의 룸이었는데, 전 제가 사용했던 화이트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었네요.
모든것이 하얗게 칠해진 방은 언제나 제 로망으로 자리하고 있었는데,
제 로망을 여실히 보여주는 방이었습니다.
깨끗한 타일의 바닦, 작게나마 위치한 다락방, 하얀 침대, 하얀 창틀, 작은 부엌.
하얗고 소박한 방은 너무나 예뻤습니다.
짐을 풀새도 없이 이곳저곳 구경하며 사진기를 꺼내기 바빴습니다.
무엇보다 좋아했던 건 고양이 발 욕조랑 그리고 하얀 커텐.

04. 저녁은 바베큐를 미리 예약해 놓았습니다.
음식도 훌륭하고, 매우 좋았지만 한가지 아쉬웠던 건 야외에서 즐길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그 또한 비 때문이기에 친구 셋과의 단촐하지만 아늑한 카페에서 와인까지 함께 할 수 있었던 저녁은 즐거웠습니다.

05. 룸에는 오디오가 놓여져 있었는데, CD를 갖고 있지 않아 사실 무심코 지나쳤었습니다.
하지만 친구 하나가 우연히 플레이 버튼을 눌렀는데, CD가 들어있더군요.
아는 노래도 있고, 알지 못하는 노래도 있었지만 한가지 분명한건 선곡 하나하나가 매우 훌륭했습니다.
저녁 어스름한 불빛아래 모인 친구들과의 이야기와 룸의 분위기와 너무나 잘 어울려서
노래가 한곡한곡 넘어갈때마다 모두들 감탄하고는 했습니다.
그리고 저녁 늦게 방으로 찾아오셨던 실장님.
인사를 못했다하시며 찾아오셨었는데, 인상이 너무 좋아서 그 또한 좋았답니다.
매우 세심하고 친절하게 대해주시고, 죄송한 부탁에 가타부타 말도 없이 흔쾌히 들어주시고.
무엇보다 아침에 나올때 미끄러우니 조심하라는 마지막 말에
저와 친구들은 모두 입을 모아
'다시 오는 거면 저 한마디 때문에 다시 오는거야' 라고 했답니다. :)

06. 나름 펜션에 가면, 산 중턱에 자리 한 곳이 많기에 밤에 잠들 때 조금 쌀쌀했던 기억이 나서,
두툼한 옷을 잠옷으로 준비해 갔었는데, 그런 저의 걱정을 싹 날려주셨었죠, 따뜻한 난방으로.
타일 바닥의 따뜻한 온기가 온 방을 가득 채우고, 걱정없이 따뜻하게 잘 잤습니다.

07. 그런 이유때문인지, 아침이 매우 상쾌하게 느껴졌구요.
비가 온 다음날, 그리고 도심과 떨어져있다는 이유로 매우 아침공기가 매우 상쾌했습니다.
전날 비가 와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던 정원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그림을 그리신다던 사장님 두분의 감성을 저 또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벽에 그려진 그림 하나, 벽에 세워진 자전거 하나, 벤치에 놓여진 쿠션 하나하나까지 모두 다 두분의 정성이 엿보였답니다.

08. 느긋하게 먹던 브런치에는 따뜻한 스프와 또한 따뜻한 빵, 과일, 커피와 함께했습니다.
빵을 먹던 친구가 '어, 하트다'라고 웃으며 보여줬던 정말 하트모양의 빵.
의도되었던, 의도치 않았던 작은 기쁨이었습니다.

09. 체크아웃할때 실장님이 자리에 없으셔셔 그냥 나왔었는데,
택시를 주차장에서 기다리는데 친히 나와주셨어요.
친절한 미소로 인사해주시길래, 안녕히계세요- 보다는 감사합니다- 가 제 입에서 먼저 나오더군요.
그만큼 고마운 마음이 컸으니까요.

10. 즐거운 마음보다는 고마운 마음을 안고 떠나게 해줘서 더 고마웠답니다.
그런 공간 자체를, 느긋하게 흘러가던 시간을 즐길 수 있게 해주어서 고마웠습니다.
다음번에는 좀 더 길게 있다오고 싶네요.
여유로운 마음만 있다면 언젠가 또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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