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난 여행, 무무에서의 하룻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시즈쿠 작성일 2010-04-25 02:12 조회 2,354회 댓글 2건본문
어딘가 무작정 떠나고 싶었다.
꽃구경이라던가, 혹은 바다 구경이라던가 뭐 그런 건 다 접어두고
어딘가로 그저 떠나고 싶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좋을 곳, 그래서 "무무"에 오게 되었다.
아침 10시, 집을 나서 대전역에서 KTX를 타고 서울역까지.
용산역에서 다시 전철을 타고 송정역까지.
송정역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온수리까지.
다시 온수리에서 택시를 타고 무무까지.
오후 2시반이 넘어서야 겨우 무무에 도착했다.
그래도 좋았다.
어딘가 내가 떠나고 있다는 것이, 그리고 거기 "무무"가 있을 것이라는 게 좋았다.
반나절을 달려 무무에 도착하니, 친절하신 무무언니가 반갑게 맞아주셨다.
여기까지 오는데, 정말 오래 걸렸다고 너스레를 떠는 내게 향긋한 뜨거운 커피를 내어주시고,
무무의 이곳저곳을 구경시켜주셨다.
- 왜 무무지요?
나의 질문에 무무언니는 웃으며 답한다.
- 없고, 없고, 없어서.......결국은 모두 있는 곳, 그래서 무무예요.
아....그렇구나.
무무엔 야단스러운 것들은 하나도 없었다.
소박하고 단아한 빛깔을 지닌 것들이 차곡차곡 담겨 있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꽃하나, 작은 소품하나, 테이블 하나, 그리고 방의 열쇠까지도 무무에선 그 모두가 각자의 빛깔을 띤 채 조용히 빛을 내고 있었다.
무언가를 털어내고 쉬고자 왔으나, 결국은 이 곳에서 가득채워가는 곳인걸까.
그 소박한 아름다움에 반해, 여기저기 혼자서 사진을 찍어댔다.
빛이 흔흔한 카페엔 마루코짱네 식구들도 있고, 소녀의 옷장과도 같은 수채화일기의 제품들도 있다.
옷장에 걸려있는 옷을 입어보아도 좋다는 무무언니의 말에 신이 나서 맘에 드는 원피스를 골라 입어보았다.
(그런데 사온다는게 그만 잊고 그냥 왔다...ㅠ.ㅠ 나중에 수채화일기 쇼핑몰에 가서 사야겠다.)
혼자만의 여행에 들떠 쫑알대는 나를 귀찮아하지도 않으시고 말동무를 해주시고 이것저것 신경써주시는 무무언니가 그저 감사했다.
원래 2인만 식사준비를 해주신다는데, 무무언니께 부탁드려서 혼자 저녁상을 받았다.
밖에선 비가 내리고, 무무 카페안에선 조용히 음악이 흐르고,
그리고 옆 벽난로에선 장작이 타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난 후 카페가 문을 닫을 때까지 음악이 흐르는 그 곳에서 책을 읽었다.
혼자 있는 나를 위해 Bhim씨가 커피를 내어주셨다.
카페에 불이 꺼지고, 나는 혼자 다시 내 방, 파우더 블루로 돌아왔다.
혼자여서 조금은 외롭기도 하지만,
또 혼자여서 호젓한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게 생각되었다.
아무에게도 신경쓰고 싶지 않고,
누구에게도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떠나온 곳.
친구를 부를까 저녁내내 고민도 해보았지만, 그만 두기로 하였다.
적어도 오늘 만큼은 혼자라서 조금은 쓸쓸하고도, 행복한 이 느낌을 간직하고 싶었다.
거울속에 있는 듯한 푸르스름한 파우더블루방에서 나는 혼자 책을 읽고 차를 마시고,
심심하면 다락방에 올라가 빗소리를 들었다.
천창으로 들리는 빗소리가 참 좋았다.
주인장의 배려속에서 나는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혼자서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푸른 빛 혼자만의 방, 파우더 블루.
잊을 수 없는 시간이 될 것이다.
어쩐지 나도 모르게 그만 지쳐버린 나를 위로하기에 무무는 충분했다.
작은 새소리들이, 창안으로 서성이는 부드럽고 조용한 햇살, 바람에 부딪히는 나뭇잎들,
모든 것들이 나를 위로해주었다.
감사했다. 이런 공간이 있음이.
무엇을 해도 좋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좋을 곳.
5월이 되면 데이지가 가득히 피는 데, 그 때가 정말 예쁘다고 무무언니가 알려주셨다.
그 때 다시 무무를 찾아오고 싶다.
데이지를 보러 올 때엔 누군가와 함께여도 좋을 듯 하고,
이번에도 역시 혼자여도 좋을 듯 하다, 무무와 함께라면 -
추신 -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위로와 기운을 얻고 갔습니다. 내내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2010. 4.12 파우더블루)
꽃구경이라던가, 혹은 바다 구경이라던가 뭐 그런 건 다 접어두고
어딘가로 그저 떠나고 싶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좋을 곳, 그래서 "무무"에 오게 되었다.
아침 10시, 집을 나서 대전역에서 KTX를 타고 서울역까지.
용산역에서 다시 전철을 타고 송정역까지.
송정역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온수리까지.
다시 온수리에서 택시를 타고 무무까지.
오후 2시반이 넘어서야 겨우 무무에 도착했다.
그래도 좋았다.
어딘가 내가 떠나고 있다는 것이, 그리고 거기 "무무"가 있을 것이라는 게 좋았다.
반나절을 달려 무무에 도착하니, 친절하신 무무언니가 반갑게 맞아주셨다.
여기까지 오는데, 정말 오래 걸렸다고 너스레를 떠는 내게 향긋한 뜨거운 커피를 내어주시고,
무무의 이곳저곳을 구경시켜주셨다.
- 왜 무무지요?
나의 질문에 무무언니는 웃으며 답한다.
- 없고, 없고, 없어서.......결국은 모두 있는 곳, 그래서 무무예요.
아....그렇구나.
무무엔 야단스러운 것들은 하나도 없었다.
소박하고 단아한 빛깔을 지닌 것들이 차곡차곡 담겨 있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꽃하나, 작은 소품하나, 테이블 하나, 그리고 방의 열쇠까지도 무무에선 그 모두가 각자의 빛깔을 띤 채 조용히 빛을 내고 있었다.
무언가를 털어내고 쉬고자 왔으나, 결국은 이 곳에서 가득채워가는 곳인걸까.
그 소박한 아름다움에 반해, 여기저기 혼자서 사진을 찍어댔다.
빛이 흔흔한 카페엔 마루코짱네 식구들도 있고, 소녀의 옷장과도 같은 수채화일기의 제품들도 있다.
옷장에 걸려있는 옷을 입어보아도 좋다는 무무언니의 말에 신이 나서 맘에 드는 원피스를 골라 입어보았다.
(그런데 사온다는게 그만 잊고 그냥 왔다...ㅠ.ㅠ 나중에 수채화일기 쇼핑몰에 가서 사야겠다.)
혼자만의 여행에 들떠 쫑알대는 나를 귀찮아하지도 않으시고 말동무를 해주시고 이것저것 신경써주시는 무무언니가 그저 감사했다.
원래 2인만 식사준비를 해주신다는데, 무무언니께 부탁드려서 혼자 저녁상을 받았다.
밖에선 비가 내리고, 무무 카페안에선 조용히 음악이 흐르고,
그리고 옆 벽난로에선 장작이 타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난 후 카페가 문을 닫을 때까지 음악이 흐르는 그 곳에서 책을 읽었다.
혼자 있는 나를 위해 Bhim씨가 커피를 내어주셨다.
카페에 불이 꺼지고, 나는 혼자 다시 내 방, 파우더 블루로 돌아왔다.
혼자여서 조금은 외롭기도 하지만,
또 혼자여서 호젓한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게 생각되었다.
아무에게도 신경쓰고 싶지 않고,
누구에게도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떠나온 곳.
친구를 부를까 저녁내내 고민도 해보았지만, 그만 두기로 하였다.
적어도 오늘 만큼은 혼자라서 조금은 쓸쓸하고도, 행복한 이 느낌을 간직하고 싶었다.
거울속에 있는 듯한 푸르스름한 파우더블루방에서 나는 혼자 책을 읽고 차를 마시고,
심심하면 다락방에 올라가 빗소리를 들었다.
천창으로 들리는 빗소리가 참 좋았다.
주인장의 배려속에서 나는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혼자서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푸른 빛 혼자만의 방, 파우더 블루.
잊을 수 없는 시간이 될 것이다.
어쩐지 나도 모르게 그만 지쳐버린 나를 위로하기에 무무는 충분했다.
작은 새소리들이, 창안으로 서성이는 부드럽고 조용한 햇살, 바람에 부딪히는 나뭇잎들,
모든 것들이 나를 위로해주었다.
감사했다. 이런 공간이 있음이.
무엇을 해도 좋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좋을 곳.
5월이 되면 데이지가 가득히 피는 데, 그 때가 정말 예쁘다고 무무언니가 알려주셨다.
그 때 다시 무무를 찾아오고 싶다.
데이지를 보러 올 때엔 누군가와 함께여도 좋을 듯 하고,
이번에도 역시 혼자여도 좋을 듯 하다, 무무와 함께라면 -
추신 -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위로와 기운을 얻고 갔습니다. 내내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2010. 4.12 파우더블루)